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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N MY OWN TIME (OMOT)

바깥은 여름

by 코끼리얼리 202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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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바깥은 여름] 이라는 책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친구 집 책꽂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예요.

 

책이 많지 않았기에? 이 책이 눈에 띄었고, 심심하던 찰나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소설집, 장편소설, 산문집 등을 썼고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소설책인데 7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침묵의 미래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소설이고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전체적인 내용과 분위기가 무겁고 차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죽음, 이별, 상실 등이 각 단편의 배경입니다.

 

 

 

이 단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입동] 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남편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처음에 아내가 남편에게 자정이 넘은 시간에 도배를 하자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십여 년간 셋방을 부유하다 이사라면 지긋지긋하여 

 

대출을 끼고 이십년 정도된 아파트에 작년 봄에 이사를 왔습니다.  

 

아내는 집을 꾸미는 데 반년 이상 공을 들였습니다.

 

결혼 후 난임 치료를 받다 두번의 유산 끝에 아들 영우를 가졌고

 

다섯 번의 이사 끝에 집을 샀습니다.

 

 

지난 달에 어머니가 잠시 집에 계시다 갔는데

 

어느 날, 한밤 중에 부엌에서 펑!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어머니가 검붉은 액체를

 

뒤집어쓴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복분자액인데

 

도로 돌려보낼 생각에 손도 안 대고 방치해둔 것을 어머니가 목이 말라서 드시려다

 

갑자기 뚜껑을 연 바람에 내용물이 솟구쳐 올랐던 것이 었습니다.

 

바닥은 물론 벽면에도 복분자액이 세로로 긴 자국을 남기며 흘러내렸고

 

이를 본 아내는 "아이씨....다 엉망이 돼버렸잖아." 라고 말합니다.

 

 

지난 봄, 부부는 아들 영우를 잃었습니다.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고 보험회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았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운전사를 바꾸고 현장에 있던 보육교사까지 잘랐는데

 

무얼 더 바라느냐 묻는 듯했습니다.

 

이 일로 인해 아내는 직장을 관두고 집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남편도 모든 걸 그만두고 싶었지만 생활비가 만만치 않았기에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한 번은 아내는 장바구니를 들고 나갔다가 십분 만에 돌아왔는데

 

무슨 일이냐고 묻자 사람들이 자꾸 자길 본다고 했습니다.

 

아이 잃은 사람은 옷을 어떻게 입나,

 

자식 잃은 사람도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먹나,

 

무슨 반찬을 사고 어떤 흥정을 하나.

 

 

하루는 어린이집에서 보낸 소포가 도착했는데

 

열어보니 '국산 복분자 원액 백 퍼센트' 라는 문구와 함께

 

한가위를 맞이하여 어린이집에서 보낸 것이 었습니다.

 

신입 교사의 실수인지, 주소록을 갱신하지 않은 것인지 

 

자신의 집으로 잘못 배달 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소포를 돌려보낼 때까지  

 

복분자액 상자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치워 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복분자액을 어머니가 열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도배를 새로 하기 위해 마트에서 도배 용품들을 사왔는데

 

아내는 관심이 사라진 건지 의욕이 준 것인지 도배를 언제 할까 물어볼 때마다

 

다음에, 나중에 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아내가 도배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도배지에 풀을 먹이고 벽면에 붙히면서 도배를 시작합니다.

 

벽에 붙은 수납함을 빼내고 거기도 도배를 하려고 하는데

 

아내는 그 곳에 아들 영우가 자신의 이름인 '김' 자와 'ㅇ'을 쓴것을 발견합니다.

 

아내는 아들이 쓰다만 이름을 어루만지고

 

부부는 두 번 다시 볼수 없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 책에는 작가만의 섬세한 문체가 잘 묻어나는 것 같아요.

 

잔잔하고 세심하고 그리고 그것을 읽으면서 더 이입하게 됩니다.

 

쉽게 읽히는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요즘 뉴스나 기사를 보면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그런 사고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기도 하고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런 기사를 보면 정말 안타깝고 분하고 억울한 생각이 많이 들지만

 

타인의 일이라 며칠만 지나면 잊고 살아갑니다.

 

그 일을 겪은 당사자나 유족들은 평생을 아픔을 지닌 채 살아갈텐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부분에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연히 킬링타임용?으로 읽게 된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고,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읽으면 또 깊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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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는 이 책에서의 한 줄은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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